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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으로 지어진 도시
에든버러 책방 탐험

에디터: 지은경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스코틀랜드는 특별하다. 아름다운 지형과 독특한 문화, 톡톡 튀는 발음(스코틀랜드 특유의 발음에 따르면 에든버러는 에딘보라[Edinborrah]와 더 가깝게 들린다), 고풍스런 도시 분위기, 무엇보다 백파이프를 끼고 치마를 입고 다니는 남자들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중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학의 도시 에든버러는 마치 활자로 세워진 장소 같다. 도시 중심가는 생각보다 작아서 느린 발걸음으로 천천히 도시의 곳곳을 구경할 수 있는데,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나 있는 돌길이나 좁은 골목길에서 위대한 작가들의 유령이 아로새겨진 것 같은 풍경을 만나기도 한다. 아마도 이 도시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들의 영혼과 예술혼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요 철도역의 이름 웨이벌리Waverley는 월터 스콧 경이 19세기에 쓴 시리즈 소설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조지 4세의 다리를 따라 산책하면 JK롤링의 엘리펀트 하우스 창가에 도달할 것이고, 언덕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에딘버러 성에서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를 꿈꾸게 될 것이다. 위대한 문학의 유산을 물려받음과 동시에 에든버러는 오늘날 새로운 작가들을 대거 만날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매년 8월, 에든버러 국제 도서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전 세계 수천 명의 도서 애호가가 역사가 가득 담긴 이 스코틀랜드의 수도로 몰려든다. 그렇다면 도시 전체가 온통 문학 작품 투성이인 이 도시의 서점은 어떤 모습일까? 놀랍게도 에든버러는 어마어마한 수의 독립서점이 도시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에든버러는 문학작품집 수집가들과 애서가들 사이에선 최고의 순례지이며 매우 특별한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기쁨을 선사한다. 에든버러의 옛 동네를 탐험하는 오후는 당신에게 놓칠 수 없는 골동품 가게들과 멋진 서점들을 가득 보여줄 것이다.

올드타운 서점 The Old Town Bookshop
에든버러를 찾는 골동품 수집가들이 지나는 첫번째 정류장은 빅토리아 거리 끄트머리에 위치한 올드타운 서점이다. 1978년 이래로 이곳은 각종 희귀서적과 골동 인쇄물들을 공급해오고 있다. 또 이 좁은 서점 안에는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보물들도 산재해 있어, 이들을 만지며 색다른 문학의 경험을 즐길 수 있다. 때문에 이곳은 애서가들이 하루 종일 머무는 안식처이기도 하다. 게다가 오래된 책 표지의 향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삐걱거리는 앤틱 나무 책꽂이, 그리고 오래된 가죽 위에 새겨진 반짝이는 금박 장식이 한데 어우러져 오감을 자극하므로 문학 광들과 역사가들 역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8 Victoria Street, Edinburgh
www.oldtownbookshop-edinburgh.co.uk

엘비스 셰익스피어 북스 앤드 레코드 Elvis Shakespeare Books & Records
엘비스 셰익스피어에서 펑크와 소설의 세계에 빠져보자. 소설을 스마트폰이 아닌 종이 책으로 읽듯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cd와 레코드로 들을 수 있다면? 이곳은 지나간 시절의 향수를 되살리며 손에 잡히는 사물의 즐거움을 다시금 일깨울 수 있는 장소이다. 동네 주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서점은 작은 콘서트와 책 읽기 행사를 개최해 새롭게 급부상하는 시인과 소설가, 음악가들을 대거 만날 수 있다. 때문에 행사 기간이면 서점을 둘러싼 동네는 축제의 분위기로 휩싸인다. 하지만 꼭 서점의 축제 행사가 아니더라도 까다롭게 선정된 아름다운 영국의 책을 만나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흥미롭다. 레이스 가를 산책 중이라면 이 서점을 꼭 들어가 보길 권한다.
347 Leith Walk, Edinburgh
www.elvisshakespeare.com

암체어 북스 Armchair Books
책으로 만든 미로 같은 인상을 주는 암체어 서점은 그 외견만으로도 애서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아마도 이 ‘책의 미로’ 속에서 영원히 길을 잃고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미로의 코너를 돌면 중세 시대 때 사용하던 프레스기가 나오기도 하고 세계에서 몇 권 남지 않은 필사본 등도 매우 훌륭한 상태로 전시되어 있다. 아마도 중고 서점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이상적인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책 산책로를 따라 이르는 모든 방 안에서는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빼곡하게 쌓인 책들의 무게로 신음하는 불쌍한 책꽂이들과 마주하게 된다. 소설과 오래된 골동 서적, 감동적인 철학 서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엄선된 책들이 훌륭한 상태로 보관된 암체어 서점에서는 다른 일반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낡고 오래됨의 안락함을 경험 할 수 있다.
72-74 West Port, Edinburgh
www.armchairbooks.co.uk

북웜 The Bookworm
홀리루드 공원 화산 남쪽에 있는 이 작은 중고서점은 에든버러에 있는 대부분의 서점의 개점시간보다 더 이른 아침 9시 30분에 문을 연다. 서점의 전면에는 주로 페이퍼백 픽션 서적들이 진열되어 있다. 좁고 우회적으로 진입해야 하는 계단을 지나 2층에 들어서면 스코틀랜드 군대 역사를 찾을 수 있는 각종 서적을 만날 수 있다. 2층의 진입로가 우회적인 형태를 하고 있는 까닭은 스코틀랜드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군대 역사서들,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이 귀한 서적들이 이곳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210 Dalkeith Road, Edinburgh
www.scottishbookwo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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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Sebastian Schuty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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